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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 조선인 피땀으로 큰 ‘초대형 군수기업’-역사는 돌고돈다, 역사

[경술국치 100년] 조선인 피땀으로 큰 ‘초대형 군수기업’


② 군수산업의 대명사, 미쓰비시

태평양전쟁과 연관해 생각할 때 일본 나가사키는 흔히 ‘피해자의 공간’으로만 인식된다. 히로시마에 이어 미군의 원폭 투하로 무참히 파괴됐던 도시.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일본인의 성지.

그러나 우리에게 나가사키는 ‘가해자의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이 일본 정부와 기업에 의해 이 대표적인 ‘군수도시’로 끌려와 혹독한 육체노동에 내던져졌다. 나가사키 군수산업의 중심에는 일본의 손꼽히는 재벌 미쓰비시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시 당국, 미쓰비시 측은 조선인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각종 전시물을 통해 오직 ‘일본만의 피해’에 대해서만 강조할 뿐이다. 가해자로서의 기억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서 모두 휘발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1월 19일 오전 미쓰비시의 조선인 강제동원 흔적을 찾아 나가사키항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다카자네 야스노리(71) 대표와 시바타 도시아키(59)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았다. 부두 건너 편, 즉 나가사키만 서해안 쪽에 거대한 조선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바타 사무국장이 설명했다. “저기 보이는 게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 본사입니다. 1945년 패전 직전까지 저곳에 최소 4700명의 조선인 노무자가 있었지요.”

고속여객선을 타고 10여분 가자 조선소 전경이 가까이 다가왔다. 육중한 크레인들 사이로 도크에 거대한 군함이 한 척 떠있는 게 보였다. 다카자네 대표가 말했다. “미쓰비시가 건조 중인 해상자위대 소유 이지스 구축함이군요. 일본에서 만드는 이지스함의 30%를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제조합니다.”

미쓰비시는 여전히 초대형 군수기업으로서 나가사키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태평양전쟁 때 미쓰비시는 ‘일본의 자랑’ 무사시 전함을 비롯해 수많은 군사용 선박을 건조한 조선소, 일본군이 사용한 어뢰의 8할을 만들었다는 병기제작소, 그 밖에 제강공장과 각종 탄광 등 일제 침략전쟁을 뒷받침하던 작업장들을 나가사키 곳곳에서 가동했다. 나가사키는 전쟁의 주동력이었던 미쓰비시 군수산업의 요람이었던 셈이다.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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