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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폰카 시들 전문가용 카메라 대유행 생활 지혜

[커버스토리]디카·폰카 시들 전문가용 카메라 대유행

쨍한 가을볕이 나들이를 재촉한 지난 일요일 오후, 서울 삼청동길은 여성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이용자들의 천국이었다. 알록달록한 카페의 외벽, 쇼윈도에 진열된 이국적인 장신구, 세련된 패턴으로 장식된 음식점 유리창이 눈길을 잡아끄는 삼청동길 곳곳에선 묵직한 DSLR 카메라를 든 젊은 여성들이 분주하게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이날 삼청동길을 훑어 올라가는 동안 약 20명의 아마추어 여성 사진가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사이 눈에 띈 남성 사진가는 10명 안팎이었다.
검고 투박하고 무거운 전문가용 카메라가 여성들의 손에 쥐어지고 있다. ‘여자는 기계에 어둡다’는 편견은 옛말. 평범하게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여학생·여성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DSLR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1~2년 전만 해도 삼청동·인사동·고궁 등 서울시내 주요 출사지에는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 일명 ‘똑딱이’를 든 여성 이용자들이 대세를 이뤘고 전문가용 카메라를 든 사람은 대부분 남성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1백만원대 이하의 보급형 DSLR가 속속 출시되고 사진의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필름카메라의 불편함은 없는 DSLR의 인기가 확산되면서 이를 찾는 여성들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카메라 업체들은 여성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한 경량급 DSLR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백화점 문화센터, 지역 생활복지관 등에 개설된 교양 사진강좌에는 DSLR를 든 주부들의 수강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형 서점의 취미·실용 코너에서는 ‘DSLR 잘 찍는 법’을 담은 책들이 단연 인기를 모으고 있다.
5~6년 전부터 시작된 ‘디카 붐’으로 폭 넓어진 사진 인구는 고스란히 DSLR로 옮겨오는 모습이다. 이날 삼청동길을 찾은 원혜영씨(25)와 최영미씨(25)도 각각 지난해 니콘D70을, 올해 캐논350D 기종을 구입해 DSLR의 매력에 한창 빠져든 여성 직장인이다. 이전까지 똑딱이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정도에 만족하다 점차 ‘뭔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DSLR에 욕심을 냈다. 무거운 데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지만 요즘은 그 재미에 주말이면 친구와 함께 출사지를 찾아 밖으로 나온다. 두 사람은 “똑딱이를 쓰던 (여자)친구들이 하나 둘 DSLR로 갈아타고 있다”며 “깊이나 색감에서 똑딱이와는 차이가 큰 결과물을 보면서 친구들 사이에 유행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에 대한 관심도와 이를 향유하는 안목이 높아지면서 카메라 구매 수요도 DSLR 쪽을 향하고 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하는 여대 4학년 조현진씨(24)는 이번 학기 교양과목으로 사진 수업을 선택, 과제를 위해 이날 삼청동을 찾았다.
조씨는 “똑딱이만 쓰다가 사진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이 수업을 택했다”며 “사진 수업은 일찌감치 마감되는 인기과목인데 고학년 우선순위로 수강신청을 받기 때문에 저학년은 강의실에 들어오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수동SLR를 빌려 수업을 듣고 있는 조씨는 “내년에 취업 예정인데 월급을 받으면 DSLR부터 구입할 것”이라며 웃었다. 미술디자인을 전공하는 여대생 한모씨(25)와 이모씨(25)는 학교 공부에 카메라를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그래픽 이미지 등 디자인 소스를 구하는 데 카메라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며 “보급형DSLR가 다양하게 나와 원하는 질감·색감의 이미지를 손쉽게 얻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여성만의 감각을 살려주는 데도 DSLR는 제 기능을 발휘한다. 이날 남자 친구와 함께 출사를 나온 이윤환씨(34)는 이전까지 필름카메라를 쓰다가 2001년 DSLR를 시작한 ‘고참’이다. 회원수 100여명의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는 그는 “2~3년 전만 해도 남성 회원 비율이 전체의 70%를 넘었다”며 “요즘은 50대 50으로 여성 회원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씨는 “여성 회원이 찍은 사진은 감성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많다”며 “남성 회원의 작품은 스케일과 과감함에서 배울 점이 있는 반면 여성들의 사진은 일상생활이나 인물로부터 세심한 감정을 잡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실제로 남성들은 비교적 렌즈 선택 폭이 넓고 다양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할 줄 아는 데 두각을 보이지만 여성들은 움직이는 아이들이나 쉽게 지나치기 쉬운 풍경에서 따뜻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사진을 찍곤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어 “디카나 폰카로 편리하게 생활 속 한 장면을 4각의 프레임에 담는 것을 즐기던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들이었는데, 이들이 DSLR를 만나면서 그 감각을 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DSLR
온라인 사진 동호회 ‘300Dclub’ 회원들이 DSLR로 찍은 작품 사진들. 위쪽부터 ID‘네모에게’의 ‘가족’, ID‘포토홀릭’의 ‘I Love You’, ID‘신록’의 ‘Color of April’. 300Dclub은 최근 DSLR 촬영 노하우를 모아 ‘DSLR 확실히 배우기’(영진닷컴)를 펴냈다.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는 일안반사식(SLR) 사진기가 디지털 기술을 만나 태어난 ‘디지털 일안반사식 사진기’를 뜻한다. 한 개의 렌즈를 통해 뷰파인더로 사물의 이미지를 보내고, 사진을 찍는 센서에 같은 영상을 보내 촬영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흔히 사용해온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로, 뷰파인더에 보이는 영상과 실제 찍히는 피사체의 영상 사이에 각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보는 것과 찍히는 것이 약간 다르게 나타난다.
DSLR는 렌즈로 들어오는 사물의 상을 거울을 통해 촬영자의 눈에 전달해주기 때문에 렌즈가 보는 상과 뷰파인더로 보는 피사체가 일치하게 된다. 또 DSLR는 렌즈를 교환할 수 있어 ‘전문가용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때문에 광각·망원·단초첨 렌즈 등 다양한 렌즈를 적용해 각각의 기능에 따른 화면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초의 DSLR는 1990년 코닥에서 출시한 DCS100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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